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BOOK

[스포일러 있음.]



우연한 기회에 다시 접하게 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언어유희와 작품 속에 숨은 상징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다소 어렵게 느껴졌다. 소설가이자 사진가, 그리고 수학자이기도 한 루이스 캐럴은 작품 곳곳에 수학적인 퍼즐과 은유를 담아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무엇보다 현실세계의 먹고사니즘에 치여 결핍된 상상력 때문인지 전반적인 줄거리조차 쉽사리 이해되지 않아 나의 문학적 소양을 의심케 한 작품이기도 했다.

언니와 함께 아이시스 강변으로 소풍을 나온 소녀 앨리스는 회중시계를 꺼내보고 있는 외투 차림의 하얀 토끼를 따라가게 된다. 앨리스는 하얀 토끼가 뛰어내린 나무 밑동의 구멍 속으로 굴러떨어지고, 몸이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며 수난을 겪는다. 하트 여왕의 파이를 지키는 공작부인을 대신해 돼지로 변하여 아기를 돌보던 앨리스는 3월의 토끼와 미치광이 모자장수와 겨울잠쥐가 모여서 끝나지 않는 다과회를 벌이는 곳에 초대받는다. 그들은 수수께끼를 내지만 아무도 맞추지 못하고, 겨울잠쥐의 이야기를 듣고 무례함을 참지 못한 앨리스는 다과회에서 빠져나와 하트 여왕의 크로켓 경주장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하트 여왕은 아무에게나 화를 내며 목을 치라고 명령하고 사행집행인이 공작부인을 사로잡아 온다. 하트 여왕이 나타나자 공작부인은 도망을 치고, 여왕은 앨리스에게 그리폰을 타고 모조 거북을 만나러 가라고 명한다. 모조 거북이 들려주는 바닷가재 카드리유 이야기를 들은 앨리스는 재판이 시작된다는 소리에 하트 여왕에게 되돌아 가고…… 왕은 잭이 여왕의 파이를 훔쳤다며 재판을 열고 시작하자 마자 유죄를 선고하려 한다. 하얀 토끼는 재판의 진행 절차에 따라 증언을 들어야 한다며 모자 장수와 공작부인의 주방장이 차례로 증인으로 나서고, 마지막 증인으로 앨리스의 이름이 불린다. 하지만 버섯을 먹고 몸집이 커진 앨리스는 잭의 누명을 지적하면서 왕과 여왕의 심기를 건드리고, 트럼프 카드 병정들의 공격을 받다가 잠에서 깨어난다.
언니는 마지막으로 예쁜 숙녀로 자란 앨리스를 상상해 보았다. 아마 앨리스는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천진함, 그리고 사랑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리라.
어린 아이들을 모아 놓고 자신이 경험한 이상한 나라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을 더 반짝이게 할 것이다. 또한 어린 시절의 행복한 여름날을 회상하며 아이들의 슬픔도 즐거움도 함께 나눌 것이다.
"Was it a cat I saw?" (내가 본 것이 고양이 였던가?)로 대변되는 회문(回文)과 "여기 있지만 여기 없다. 난 여기에 존재할 수도 있지만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쳬셔 고양이의 모순성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상징성 덕분에 양자 역학의 예시로도 사용되는 등 과학적인 원리까지 분석하며 앨리스 시리즈를 읽기도 하지만, 앨리스의 모델인 앨리스 리델이 그러하듯 적당한 때에 웃을 수 있는 순진함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그런 순진함이 없어서 재미가 없었구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앞서 언급한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배경들이 절묘하게 반영된 언어유희를 비롯해, 어린이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판타지 세계와 해학들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었다. 시공을 초월한 신비로운 세계를 탐험하면서 앨리스가 겪게 되는 기묘한 모험들은 독자의 간접경험을 극대화시키는데, 은유를 배제하고 이 부분에만 몰입해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허술하면서도 정교하게 짜여진 환상의 세계가 절묘하게 만나는 언어유희는 보통의 아동 문학에 있어야 한다는 교훈 위주의 사고에서 벗어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새로운 독창성을 제시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해석의 지평이 넓어 다양한 이론과 분석도 많지만, 아무 생각없이 읽을 수 있는 용기 또한 이 책을 감상함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가 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요즘 범람하는 이세계물의 원조격인 작품이기도 하니.

P.S
"정말 이상한 꿈이었어."

[지름] Leatherman Crater® C33TX ETC

▲ 박스샷.

<Crater® C33TX>는 레더맨의 키체인 나이프 툴로 기본적으로 나이프 사용을 위해 최적화 되어 있다. 멀티툴 혹은 나이프는 이미 사용 중인 제품이 있기에 딱히 구매할 생각은 없었지만, 제품 이미지를 보자마자 너무 예뻐서 그만…… 색상은 블랙(써레이션)과 실버이며, 실버 색상은 다시 써레이션 날과 민날로 나뉜다. 블랙 색상이 더 예뻐보였지만 도색 때문인지 가격이 조금 더 높았고, 개인적으로 민날을 선호하기에 실버로 결정했다.
▲ 나이프만 전개했을 때.

사양은 다음과 같다.
  • Tools:4
  • Spear Point Blade
  • Carabiner/Bottle Opener
  • 1/4″ Flat Screwdriver
  • Phillips Screwdriver
  • Overall Length:6.50″
  • Blade Length:2.625″
  • Blade Thickness:0.09″
  • Blade Material:420HC
  • Blade Style:Spear Point
  • Blade Grind:Hollow
  • Finish:Bead Blast
  • Edge Type:Plain
  • Handle Length:3.875″
  • Handle Thickness:0.58″
  • Color:Black
  • Frame/Liner:Stainless Steel
  • Weight:2.36℥/66.9g
  • User:Right Hand
  • Pocket Clip:Tip-Down
  • Knife Type:Manual
  • Opener:Thumb Stud
  • Lock Type:Liner Lock
  • Brand:Leatherman
  • Model:Crater
  • Model Number:860211
  • Country of Origin:USA
  • Best Use:Camp/Hike
  • Product Type:Knife
스펙에서 알 수 있듯이 나이프와 각 툴에 420HC 강재가 선택되었으며, 썸 스터드가 존재해 나이프를 원핸드로 전개할 수 있어 편리했다. 키체인 역시 일반 툴과 같이 폴딩 형식으로 설계되었는데, 오프너 외의 용도로는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 
▲ 모든 툴을 전개한 상태.

휴대하기 적당한 사이즈이고, 툴도 심플한 구성이라 특히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취향 저격이라 구매한지 좀 되었음에도 여전히 EDC로 잘 활용 중이다. 사실 플라이어가 포함된 유틸리티 멀티툴과 고민을 많이 했는데, 잘 사용하고 있으니 됐겠지.

― 장점
  • 저렴한 가격
  • (개취로)예쁜 디자인
  • 적당한 크기

― 단점
  • 호불호의 420HC (록웰 경도는 56-58)
  • 파우치 미포함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BOOK

[스포일러 있음.]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은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사려 깊은 괴물"이라 칭하는 김갑수씨의 망한 연애담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형식의 소설이다. 지나간 옛사랑을 잊지 못해 촛불처럼 떨어대며 주접을 부리는 사내, 김갑수씨를 통해 그저 지독하고 살 떨리는 연애와 클라이맥스의 순간에 늘 어딘가 삐걱거리는 초라한 섹스와 혹독한 이별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결코 드라마처럼, 멜로영화처럼 마냥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연애를 통해 저열하고 모순되고 찌질한 인물구상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 저열함에 고개를 흔들다가도 어느 날 삶이 바닥을 쳤을 때, 문득 그가 자신보다 나은 인간이었음을,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우습고도 애잔하게 녹아있었다.
잔인한 진실이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사랑을 청산하게 된다. 그러게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잔인하고 비겁한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살다보면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야 만다.
소설에는 저자의 평론이나 입담처럼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솔직함이 담겨있다. 그런 면들이 이 작품에서만큼은 장점으로 다가왔고, 그를 향한 호불호와 관계 없이 즐겁게 읽었다. 사실 그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리는 글이 해독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어 우려스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문법이나 어휘, 가독성으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고 아무 곳이나 적당히 펼쳐 읽어도 어색함 없이 술술 읽혔다. 물론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결국 연애에 못난 것이 어디 있고, 그런 찌질함이야 말로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임을 피력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지만 그에 대한 편견이나 논란을 내려놓으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나의 삶에 얼마나 솔직했는지 자문하는 시간도 잠시,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의 사정은 사정(事情)인지, 사정(射精)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친구 이야기는 뭐다?

P.S
혹시 그날 밤의 일은 모두 꿈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물리적인 의미 그대로라기보다 뭐랄까 일단 우주를 떠올려보면 말이죠.

2017.02.05 DIARY

▲ 언젠가의 백운호수.

1.
이전에 작성했던 마지막 일기글의 첫 문장이 '본의 아니게 블로그를 한 달 이상 방치해두었다.' 였는데, 그 말을 그대로 다시 써야 하다니. 변명을 하자면 작년 8월말부터 다니기 시작한 새 직장에 적응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제 막 시작한 팀이라 바쁘기도 했고, 업무 또한 관심은 있지만 잘 몰랐던 분야라 공부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평일에는 다른 일을 할 엄두가 안났고, 주말에는 떡실신하기 바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안정은 됐지만, 여전히 육체적/정신적 피로감은 어찌할 수가 없는 데다 귀차니즘까지 겹치니 이 지경까지 오고야 만 것이다.

그 와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10월초에 친구와 다녀온 일본여행이었다. 첫 해외여행이라 준비할 것도, 신경쓸 일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과정까지 모두 즐거웠다.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추후에 다시 하기로 하고……

2.
밀린 글이 매우 많다. 그간 영화관을 자주 찾지 못해 영화는 많이 밀리지 않았지만, 책은 아직 재작년에 읽은 작품도 모두 정리하지 못해 난감하다. 그동안 구입한 물건들도 글로 정리하고 싶고, 이것저것 쓰고 싶은 내용은 많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는 상황이다. 늦어지더라도 보고, 읽고, 경험한 것들에 관한 글은 꼭 정리해 글로 남길 생각인데, 그래도 블로그 운영에 관한 의지가 사라지지 않아 불행 중 다행이랄까.

가장 최근에 감상한 영화는 <너의 이름은。>이고 책은 <삼국지>인데, 둘 다 재미있게 보고 읽었다. 특히 <삼국지>의 완독은 사실상 처음으로 봐도 무방한데, 예전엔 뭐가 그렇게 읽기가 힘들었나 싶을 정도 몰입감이 있었다. 제갈량 사후의 분량이 짧아 아쉬울 정도였고, 다른 판본으로도 구매해뒀으니 나중에 다시 읽을 생각이다.

3.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블로그를 중단하거나, 아예 떠난 분들이 많아 아쉽다. 예전에 왕래가 있었던 분들의 블로그를 방문해보니 나와 비슷한 시기에 중단하셨거나, '블로그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라는 메시지가 뜨니 망연자실. 돌아와주세요~, 엉엉ㅠ

그러고 보니 이 블로그를 2006년에 개설했으니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10주년 기념도 못 해주고 미안해 블로그야…… 몇 차례 감행한 리셋을 감안하더라도 작성한 글이 너무 적어 반성 중이다. 올해는 주말이라도 꼭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지.(하지만 안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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