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념.

1.
몸도 바빴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이는 지금도 유효하지만 몸은 비교적 덜 바빠진 것 같으니까..

아직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언젠가 언급했듯이 글을 쓸 때 가끔
이 블로그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확실히 처음에 나아가려고 했던 방향과는 좀 다르다.
예전에는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폭파라는 수단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제와서 그러지도 못하겠고 그냥 갈대로 가라지.. [... ]
조금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원래 살아오면서, 살아가면서 느꼈던, 혹은 느끼는 점들을
글이라는 형태로 이야기해보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지금처럼 개인사와 취미와 덕질이 뒤섞이는건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지만
어디 사람 사는게 계획한대로 다 진행되던가..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물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싶다.
... 라고 썼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또 고민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 언젠가의 일로 미뤄두자.

2.
누구에게나 큰 기회가 몇 번은 찾아온다.. 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니, 비슷한 글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기회가 어떤 형태였던간에
나는 지금껏 그것을 놓치고 살아온 것 같다.
심지어 때로는 굴러들어온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그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더 좋은 기회,
내지는 결과가 생겼을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결과론적이지만.
어쨌든 그게 뭐든 간에 내게 주어진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만은 사실이다.

가만히 곱씹어보니 "내가 그땐 왜 그랬을까." 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든다.
당시의 나는 그 선택이 최선이었을까, 그랬다면 후회하지는 않았을텐데.
어떤 선택을 했던 간에 내가 내린 결정이고, 그 책임은 본인이 지게 되어 있으리라.
그런데 나에겐 그것이 후회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다.
후회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고 싶다.
아니.. 그 결정에 따른 결과가 어찌됐던 간에 후회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게 너무 어렵다.. 
아무튼 더 이상 후회하긴 싫지만,
후회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도 어렵기에 참 넌센스다.
이런걸로 고민하는 나도 넌센스다.

3.
자음만 사용하는 것은 싫다.
언어파괴라는 측면은 둘째치고,
왠지 글에서 글쓴이의 본심을 느낄 수 없는 것 같아 싫다.
같은 내용이라도 "ㅋㅋ" 를 붙이냐 마느냐에 따라 느낌이 굉장히 달라지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문장 끝에 "ㅋㅋ" 가 붙으면 왠지 비꼬는 것 처럼 느껴져서..
문자 두 개로 글 전체의 느낌이 바뀌는 걸 보니 우리말은 참 오묘한 것 같다.
아무튼 같은 이유로 "ㅎㅎ" 도 싫엇.

4.
웃기는 일이지만, 나도 소위 말하는 "통신체" 를 사용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떤 계기로 끊게 되었는진 모르겠지만,
지금 그 시절을 생각하면 손발이 오그라든다.. [... ]
통신체를 사용하는 나 자신도 그러하지만,
그 당시에 나를 둘러싼 환경들이 생각나서 그 효과는 두배인듯하다.

[아,, 나 그 때 참 찌질했는데..]

한참 후의 나 또한 지금의 나를 회상하면서 같은 생각을 하게 될까?
그건 좀 많이 싫엇.

5.
지금은 거의 나은 것 같지만 얼마 전까지 몸이 너무 안좋았다.
그런데 그 시기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일련의 사건이 발생하던 때와 일치했던 것.
결국 마음의 병이었던걸까.
물론 근본적으로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감각이 무뎌진 것 같다.
별로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때로는 [시간이 약]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하지만 역시 근원적인 면에서 이 약은 임시처방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앓는 동안 꺼내 입은 방상내피, 전문용어로 "깔깔이" 는
내겐 필수 아이템이 된 듯 하다.
황금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상의를 볼 때 마다
의욕이 넘치던 그 시절이 떠오르곤 한다.
그래도 그 땐 꿈과 희망이 었었지..
추억은 미화된다고 하던가.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을 그곳이 때때로 그리워지곤 한다.

허브작업이 그리워지는 밤에.

P.S
거짓말이다.

by NIZU | 2009/10/25 23:59 | THINKING | 트랙백 | 덧글(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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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꽃가루노숙자 at 2009/10/26 00:13
믿지 못할 사람...

P.S. 거짓말이다.
Commented by NIZU at 2009/10/26 00:17
그곳이 때때로 그리워진다는 것은
(아마도;;) 정말입니다..
물론 다시 가라고 하면 싫지만,
그때로 돌아가라고 하면 할 수 있을 것도 같네요.

P.S. 레알입니다.
Commented by 유이 at 2009/10/26 01:01
이젠 편히 쉬세요!! 조금 여유도 가지시고 >_<
저도 자음 남발은 별로 안 좋아하는데 ㅎㅎ는 괜찮더라구요. 그냥 귀여운 느낌이 드는.
하지만 ㅋㅋ는 진짜 비웃는 것 같아서 싫어요 -_-;
Commented by NIZU at 2009/10/27 23:27
감사합니다.
심적으로 쫓기는 느낌이 들긴하지만,
그래도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야겠군요.

자음연타는 그 자체로도 싫지만,
어딘가 비꼬는듯한 느낌이 들어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즘은 너무 자주 봐서 어느 정도 적응된 면도 있지만요..
Commented by 샬럿 at 2009/10/26 03:02
되돌아보면 즐거웠던 일로 떠올르곤 하는 것이 추억이죠ㅋㅋ 그래서 위기의 순간에도 그때마다 생각하곤 해요. "지금은 힘들 게 느껴지지만 어쨌든 이것도 넘기고 나면 이렇게 힘들었었나?! 하겠지" 하면서요~ 하지만 어찌됐든 그 순간엔 참 힘듭니다ㅋㅋㅋ

저 같은 경우도 인터넷 초기쯤부터 이용해왔다보니 통신어의 르네상스기도 겪고 하면서 참 이것저것 많이 써봤었는데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그냥 그렇지요 뭐~ 그래서 언젠가는 아예 완전한 글자만을 쓴 적도 있었는데, 그러다보니 뉘앙스라든가 좀 오해가 생기기 쉽더라구요. 특히 채팅에서 그랬는데, 말이 너무 딱딱해져서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때 이모티콘이나 자음 표현이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생각했죠~ 어쩌면 인터넷상 소통에선 설탕 같은 요소가 아닐까 해요. 없어도 상관없고 과하면 물론 나쁘지만, 적당했을 땐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니까요. 적당한 의성어와 표정을 표현한 문자들은 봤을 때 소통(공감)하고 있단 느낌이 확실히 들어 좋아요ㅎㅅㅎ 너무나 반가운 사람들과 ㅋㅋㅋㅋ를 남발하고 있을 때면 그 정신 없는 순간에 완전히 빠져있다는 느낌이 들어 즐겁습니다ㅋㅋ
Commented by NIZU at 2009/10/27 23:31
5.의 후반부 내용은 군대이야기입니다.
사실 즐거웠던 일보다는 괴로웠던 순간이 더 많았지만,
그것마져도 미화되는 것이 추억인가봐요..
요즘은 그때가 가끔 그립다고 느껴지기도 하니.. =ㅅ=;;

말씀처럼 일반적인 문구가 오히려 딱딱해지는 경우도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자신도 모르게 우리가 통신어에 익숙해져서
그에 대한 반작용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생각을 바꿨는진 모르겠지만
그때부턴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더라도 채팅에서 그냥 썼던 것 같아요.
그래도 블로그에서 이모티콘은 사용하는 저를 보면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것 만큼은 어쩔 수 없나봅니다.. ^ㅡ^;;
Commented by blakparade at 2009/10/26 10:11
ㅋㅋ쓰면 이상한가요...??저는 말이 너무 딱딱해질까봐 꽤 자주 쓰는편인데...ㅋㅋ
Commented by blakparade at 2009/10/27 21:04
근데 제 축전은 언제 옮겨가시나요...빨리 트랙백 걸어주세염...ㅋㅋ
Commented by NIZU at 2009/10/27 23:33
말이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도 너무 적응되어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정운동으로 계속 사용하지 않으면 그런 느낌도 점차 사라지겠지요.
그래서 가급적 안쓰려고 노력 중인데,
너무 자주 보다보니 저도 적응이 된 것 같네요..
Commented by NIZU at 2009/10/27 23:34
축전은 어떤 형태로 옮겨야 할지 몰라서 고심 중입니다.
일단 트랙백을 걸고, 그에 대한 제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할까 하는데 괜찮으신지요?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Commented by blakparade at 2009/10/28 14:03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Commented by NIZU at 2009/10/31 10:57
정신이 없다보니 많이 늦어졌네요.
오늘, 내일 중으로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ㅡ^
Commented by kai at 2009/11/04 13:29
아직 늦지않았음 말뚝을심히고려해보는편이...

p.s 후다
Commented by NIZU at 2009/11/04 14:15
군대 말뚝을 말하는거라면 [반사]..
Commented by kai at 2009/11/04 13:31
핸드폰으로썼더니 수정도안되네... 피에스는 후다(욕이아니라) 후다닥에서 닥이 없어졌어 ㅠㅠ 이상하네 왜 짤리지
Commented by NIZU at 2009/11/04 14:15
이상하긴, 고물이라서 안되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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