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의 인연 BOOK

[스포일러 있음.]



활자로 메워진 페이지에 지루함을 느낀다면, 역시 즐기며 읽을 수 있는 책이 그 흥미를 되찾아주는 것 같다. 마침 나열된 텍스트에 지겨움을 느낄 때 다시 한번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찾아보았다. 이번에 고른 책은 [유성의 인연]. 우선 드라마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낯익은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그보다 내 눈을 사로 잡은 것은 [유성]이라는 단어였다. 왠지 낭만이 느껴지면서도 추락을 의미하는 그 상징성 때문에 좋아하는 단어였는데, 타이틀에 사용되었듯 작품 내에서도 은근히 중요한 키워드로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이야기는 세 남매가 몰래 유성을 보러 간 사이에 누군가에게 부모님이 살해되는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속는 쪽에서 속이는 쪽으로 돌아선 남매를 보며 사회의 부조리를, 악에는 악으로 대항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편으로는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하였다.(물론 이들의 행위는 범법이며,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던 중 부모님의 죽음을 둘러싼 실마리를 잡게 되고, 그 증거를 찾기 위한(혹은 만들기 위한) 과정이 제법 치밀하게 전개되었다.

작가의 특성상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이 진범인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내용에 몰입되어 범인을 예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지면서 뒤통수를 맞는 상황은 매번 똑같았다고 할까… 복수와 반전(의 반전), 큰 맥락으로 보아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랑], 어떠한 형태로던 죄값을 치룸으로서 맺어지는 깔끔한 마무리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의 매력은 마무리에서 느껴지는 찝찝함이었는데, [유성의 인연]은 깔끔한 마무리로 기존에 맛 볼 수 없었던 명쾌함이 있었다. 이 부분은 다소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는데, 사건 해결 과정의 깔끔함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탓에 다소 인위적이었던 것 같고 반전 역시 흠 잡을 곳이 없었으나, 감동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했던 것 같다. 어쨌든 유성에서 시작된 그들의 인연이 유성으로 귀결되는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가 아닐까 싶다.

P.S
우리, 저 별똥별 같다. 기약도 없이 날아갈 수 밖에 없고 어디서 다 타버릴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 세 사람은 이어져 있어. 언제라도 한 인연의 끈으로 묶여 있다고. 그러니까 무서울 거 하나도 없어…


덧글

  • 베른카스텔 2011/02/05 00:46 # 답글

    어째서 매번 볼 때마다 유성의 '연인' 으로 읽게 되는 건지 (...)
  • NIZU 2011/02/05 23:57 #

    읽으면서도 헷갈리더군요..;
    작중에서도 인연이 연인이되기도 하니까
    어찌보면 그렇게 읽는 것도 제법 운치있지 않나 싶어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