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구제 BOOK

[스포일러 있음.]



갈릴레오 시리즈의 4편으로 최근 단편모음만 읽다가 오랜만에 호흡이 긴 장편소설을 읽으니 특히 좋았다. 서양의 추리소설이 반전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진행한다면, 동양 추리소설은 범죄자의 기구한 사연 등을 중심으로한 스토리텔링으로 감정전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성녀의 구제' 역시 이런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의 특기인 [밀당]이 버무려지니 상당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우선, 범인이 누구인지를 독자들과 고민해나가는 방식이 아니라 초반부터 범인을 거의 단정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으로 진행해 나갔다. 저자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이 기법이 종종 쓰이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범인을 밝히고, 작품 속의 형사들도 확실한 심증을 가진 채 전개되는 내용은 흔치않았다. 다만 물증이 없을 뿐인데... 이 물증을 위한 트릭을 독자들과 유가와라는 캐릭터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물론, 출발선상부터 범인을 알고 시작하니 긴장감이 다소 떨어질 순 있지만 메인 캐릭터 중 하나인 구사나기의 안타까운 외사랑을 그리고 있어 읽을거리는 충분했다. 그러고보니 전작 '용의자 X의 헌신'도 유가와와 관계있는 사람의 사랑을 테마로 하고 있으니, 전작과 비교하며 읽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생각된다.

여지껏 수많은 사건을 천재적인 추리로 해결했던 유가와지만 이번만큼은 궁지에 몰리고 만다. 사실상 완전범죄에 가까운 허수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방법이 트릭으로 사용되었는데, 트릭보다는 용의자의 비합리적이고 모순에 찬 트릭(=마음)이 더욱 무서웠다. 여자는 참 복잡하고도 무서운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왜 사랑하고 복수하는 일에 있어선 여자가 훨씬 잔인하다고 하지 않던가ㅎㄷㄷ 덧붙여 처음부터 사건의 본질을 눈치챈 우쓰미는 놀라웠지만, 직감에 대한 맹신과 다른 가능성을 생각치 않고 단서를 지목한 범인에게 맞추려는듯한 모습이 보여 유감이었다. 전작에서 이시가미(수학선생) 건으로 구사나기와 유가와의 사이가 멀어져 우쓰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는데, 유가와와 티격태격하며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은 재미있지만 뭔가 하드보일드한 맛이 떨어진 점은 아쉽다. 게다가 소설과 드라마의 우쓰미는 많이 달라... (... )

P.S
아내로 언제든 곁에 있어 주지. 
하지만 그의 운명을 쥐고 있는 사람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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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없고, 마음에 들지도 않는 감상글이다.읽은지가 오래된 책이라 기억을 더듬이 썼는데, 역시 감상 직후에 쓰는 것이 가장 좋다는 교훈을 다시금 느낀다.. ㅠ.ㅠ 관련글성녀의 구제용의자 X의 헌신예지몽탐정 갈릴레오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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