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차 BOOK

[스포일러 있음.]



'화차'는 작년에 개봉한 영화로 먼저 접한 작품인데, 진작부터 원작이 궁금해 이런저런 정보를 찾던 중 영화와 소설의 내용이 다르다라는 정보를 듣고 뒤늦게 읽게 되었다. 강도 검거 중에 부상을 당해 휴직 중인 형사 혼마 슌스케는 갑작스레 찾아온 죽은 아내의 조카, 구리사카 가즈야에게 사라진 약혼녀 세키네 쇼코의 행방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결혼을 앞둔 구리사카는 세키네 쇼코에게 신용카드를 발급 받도록 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녀가 개인파산을 당했다는 내역을 알게 되고 설명을 요구하는 구리사카로부터 종적을 감추어 버린 것이다. 혼마는 이 부탁을 받아들여 사라진 세키네 쇼코의 행방을 추적하고, 석연치 않은 부분들을 발견하게 된다. 혼마는 세키네 쇼코의 실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세키네 쇼코가 아닌 신조 교코라는 또 다른 여성이라는 점, 진짜 세키네 쇼코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내고 단순한 사람찾기가 아닌 살인사건으로서 신조 교코의 과거와 목적을 파악하기 시작한다. 혼마는 집요한 추적 끝에 신조 교코는 주택개발 붐에 동참했던 아버지의 무리한 대출로 인해 빚쟁이에 쫓기게 되었고, 결국 아버지는 빚쟁이들에게 잡혀가 실종되고 어머니는 야쿠자들에게 강제 매춘을 강요당하다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비극적인 사실을 알아낸다. 신조 교코는 추적을 피해 숨어살다 부유한 남성인 구라타와 결혼하지만 소재를 적발당해 빚쟁이들에게 다시 시달려 남편에게 이혼 당하고, 어디론가 팔려가기도 한다. 그들의 손에서 어렵게 탈출하며 그녀는 자신의 이름으론 더 이상 살아갈 수 없음을 깨닫고,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훔칠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속옷 통신 판매점에서 일하며 고객 정보를 몰래 빼돌려 가족이 없고 직업이 불안정한 젊은 여성들의 리스트를 파악한 신조 교코는 세키네 쇼코의 어머니가 사망한 사실을 알고 그녀를 살해하여 세키네 쇼코의 삶을 살려고 했으나 그녀가 채무로 인해 파산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기에 구리사카로부터 사라진 것이다. 이후, 새로운 표적을 향해 손을 뻗치던 신조 교코는 다음 계획을 파악한 혼마의 유인에 걸려 그와 마주하며 소설은 끝난다.

세키네 쇼코의 가면을 쓴 신조 교코가 직접 등장하는 장면은 혼마와 조우하는 마지막 장면이 유일했기 때문에 혼마가 그녀를 찾기 위한 여정에서 그녀의 내면과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추측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연유로 신조 교코라는 캐릭터는 작품을 읽는 독자마다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 마음에 들었다. 또한 신조 교코를 그렇게 만든 사회적 배경인 1990년대 초 버블경제가 꺼진 직후의 일본을 배경으로 신용카드와 주택 담보 대출 등으로 급격히 팽창했던 금융계의 이면과 빚을 권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의 파멸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것 또한 특징. 한국판 영화와는 세세한 부분에서 다른 점이 많았지만, 역시 가장 큰 차이점은 문호(=이선균)에 해당되는 구리사카의 비중이 미미했다는 부분이다. 영화에서 종근(=조성하, 혼마에 해당)과는 별개로 독자적인 추적을 벌이는 점이나 경선(=김민희, 신조 교코에 해당)과의 조우까지, 작품 내적으로 문호와 경선을 대등한 위치로 격상시켜서 문호의 심정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었다. 반면, 소설은 혼마가 주도적인 위치에 있지만 결국 신조 교코에게 모든 초점을 맞추었다는 점에서 오로지 그녀의 입장과 시각에 몰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구리사카의 비중을 높인 영화판도 좋았지만, 엔딩컷은 사족이라고 생각되기에 원작 소설의 결말이 더 마음에 든다. 열린 결말이라 이 후의 상황들은 독자들이 판단해야 하지만 상당히 깔끔했던 것 같다. 함부로 사채를 쓰다간 인생 X된다라는 교훈은 영화나 소설이나 동일.(여담이지만 Ruch&Cash 광고 너무 마음에 안들어...)

P.S
선생님, 어쩌다 이렇게 많은 빚을 지게 됐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요.
난 그저 행복해지고 싶었던 것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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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2012)

덧글

  • 세피아새벽 2013/09/12 10:26 # 답글

    러쉬앤캐쉬광고 완전 따뜻한척.....진짜 맘에 안들어요 222222
  • NIZU 2013/09/12 16:08 #

    대출을 택시에 비유한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들더군요.
    택시 몇 번 탔다가 빚더미에 앉게 생겼는데...
    뭔가 대출을 훈훈하게 묘사한 것도 그렇고, 이래저래 마음에 안드는 광고입니다ㅠ
  • 스윗친뭉쓰 2013/09/12 11:58 # 삭제 답글

    근데 왜 제목이 화차일까요? 불의 전차? 소설이랑 무슨 관계가 있는지 궁금하네요.
  • NIZU 2013/09/12 16:11 #

    화차는 악인의 혼령(시체)을 지옥으로 데려가는 요괴를 말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보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상징적인 역할인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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