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BOOK

7년 만에 출간된 이병률의 두 번째 여행 에세이. 전작 '끌림'이 인상적이긴 했지만 조금은 현학적인 문장에 다소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의무감으로 읽은 이 책에 그리 많은 기대를 가지진 않았는데, 7년이라는 세월 동안 담겨진 경험만큼 이번 작품은 발전적인 의미로 읽기 편해졌다. 전작에서 보였던 약간의 허세와 치기를 걷어내고 담백하게 풀어나가는 문장은 깊이가 느껴졌고, 페이지마다 작가가 생각하고 느꼈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마치 계획없이 여행을 갔다 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청춘은 한 뼘 차이인지도 모른다. 모두 그 한 뼘 차이인지도 모른다. 그 사람과 내가 맞지 않았던 것도, 그 사람과 내가 스치지 못했던 것도... 청춘의 모두는 한 뼘 때문이고 겨우, 그 한 뼘 차이로 인해 결과는 좋지 않기 쉽다. 청춘은 다른 것으로는 안 되는 것이다, 다른 것으로는 대신할 수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사랑으로도 바꿔놓을 수 없는 것이다." (P.14)

'끌림'에서 목차와 페이지가 없어 아쉬웠다는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그렇다. 뭐, 순서없이 적당한 곳을 펼쳐 읽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취지이자 컨셉이니 이제는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지만... 정처없이 떠난 길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 듯한 책제목처럼, 생각없이 펼친 페이지를 출발점으로 삼아 여행을 시작하는 기분이 드는 것은 좋았다. 살아오면서 여행다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것이 큰 후회로 남아있는데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여행을 떠나보니 만감이 교차한다. 풀 한 포기, 바람 한 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이렇게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는 것, 그리고 여행을 통해 받은 인상을 이렇게 감성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부러움과 함께 왠지 모를 허전함을 느낀다.

어쩌면 이별 직후에 읽어 더욱 감성적으로 와닿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여행 자체에 대한 감상보다는 여행을 통해 느낀 어떤 촉매로 인해 옛 기억, 특히 사랑과 이별에 관한 파편을 담아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여행 에세이보다는 산문집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부르는 느낌이 드는 것 독자에 따라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과 타인을 만나고 싶다는, 낯선 거리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를 낯익음을 느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만은 사실이다. 제목처럼 바람이 불면 당신이 좋은지, 그리워지는지는 모르겠지만...

P.S
세상 끝으로 어딘가에 사랑이 있어 전속력으로 갔다가 사랑을 거두고 다시 세상의 끝으로 돌아오느라 더 이상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 : 우리는 그것을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그렇게 하나에 모든 힘을 다 소진했을 때 그것을 또한 사랑이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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