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zen (2013) MOVIE

[스포일러 있음.]



2014년 3월 5일 관람.
못 보고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드디어 봤다. 시작 전, 미키 마우스의 초기 양식을 재현한 7분짜리 단편인 '말을 잡아라!'(Get a Horse!)가 삽입되어 있는데,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미장센은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론 지루했다. 그리고 블랙 피트가 미키 마우스에게 지독할 정도로 같은 부위(엉덩이;;)를 공격당하는게 생각보다 잔인해서 빨리 본편을 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어쨌든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이 작품은 모티브만 빌려왔을 뿐 전혀 다른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작품 곳곳에 패러디가 들어간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난이도는 높지만 디즈니 캐릭터들이 이스터 에그로 출연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었다. 뭐, 난 '라푼젤' 밖에 못 찾았지만…

백마 탄 왕자가 없어도
다른 디즈니 작품들처럼 사랑을 다루고 있지만,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자매애에 초점을 맞춘 점이 기억에 남는다. 엘사의 감정적 흔들림으로 폭주한 마법이 안나의 심장에 적중하고, 트롤들로부터 진정한 사랑(Act of True Love)만이 안나를 구할 수 있다고 했을 때 당연히 크리스토프와 안나의 키스로 마법이 풀릴거라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트롤들이 안나를 고치는 것을 목격한 것도 크리스토프였고, 티격태격하면서도 결국 안나를 챙겨준 것도 크리스토프였다. 얼음의 마법을 사용하는 엘사와 마찬가지로 얼음장수를 하는 크리스토프 역시 얼음과 가깝고, 부모가 일찍 사망하여 홀로 외롭게 생활한다는 점도 엘사와 유사하다. 반면,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안나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문을 잠근 엘사와 달리, 항상 긍정적이고 안나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었기에 엘사와 대척점에 위치한 인물이 크리스토프라고 본다면 그가 얼어붙은 안나를 구할거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통상적인 남녀 간의 사랑이 아닌 엘사를 통해 진정한 사랑(Act of True Love)을 실현함으로서 조금은 처질 수 있는 엘사의 위치를 높이면서 작품의 주제도 공고히 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백마 탄 왕자가 등장해 공주(여기서는 여왕의 동생;;)를 구하는 내용은 이젠 식상할 뿐더러, 자주적인 현대의 여성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엘사가 스스로를 가뒀다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 장면은 특별하다. 짐이라고 생각했던 마법을 마음껏 발휘하며 부르는 'Let It Go'는 자기 자신을 받아들임으로서 느끼는 자유를 표현한 곡이 아닐까. 크리스토프라는 이해자가 있었던 안나와 달리, 그녀 스스로 주체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엘사는 페미니즘을 표현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엘사는 LGBT(성 소수자)를 은유한 것으로도 해석되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관련지식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마법'이라는 자신이 가진 특징, 혹은 정체성을 숨겨야 했던 그녀이기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어쨌든 누군가와 맺어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탈피한 엘사라는 캐릭터는 그 존재만으로도 의의가 있지 않았나 싶다.하지만 난 안나 빠돌이…

음악의 힘
엘사가 스스로를 해방할 때 부르는 'Let It Go'의 작곡가 로버트 로페즈·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부부는 인터뷰에서 "엘사는 세상을 얼리는 능력 떄문에 나서지 못하는 아웃사이더(소수자)"라며 아웃사이더가 되는 느낌을 잘 알기 때문에 이 곡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했다. 타인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무언가를 벗어던지고 자유를 피부로 느끼는 기분을 'Let It Go'에서 공감할 수 있었고, 중독적인 후렴구 역시 매력적이었다. 또한, 안나와 한스가 부르는 'Love is an Open Door'도 인상적이었고 엘사와 안나가 함께하는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도 무척 좋았다. 가사 역시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감정을 잘 담아내고 있으며, 등장인물이 직접 부르는 뮤지컬 방식이라 특히 와닿았다. 뿐만 아니라 'Love is an Open Door'는 한스의 배신을 살짝 암시하는 등, 내용 전개에 대한 복선을 깔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가사와 함께 들어보는 재미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곡은 어린 안나가 부른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인데 밝은 멜로디와는 달리 슬픈 가사로 해석할 수 있고, 'Let It Go'가 스스로를 받아들이는 내용이었다면 이 곡은 안나가 엘사의 마음을 열기 위한 노력, 함께 하자는 내용이라 또 다른 의미로 작품의 주제를 다룬 곡으로 느껴졌다. "Elsa, Please I Know You're in There. People are Asking Where You've been. They Say 'Have Courage' and I'm Trying to I'm Right Out Here for You. Just Let Me In." 부분은 이 곡을 부르는 어린시절에는 그럴 수 없었지만, 마지막에 가서 엘사가 안나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을 생각한다면 상당히 감동적인 구절이었다. 화려한 시각적 효과, 여성적 연대라는 주제 뿐만 아니라 작품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음악이야 말로 차가운 겨울왕국을 뜨겁게 하는 감성이었다.

Fixer Upper
음악 얘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하자면 'Fixer Upper'도 좋았다. 영어가 짧아 무슨 뜻인지 몰라 찾아봤는데, fixer-upper는 집을 사고 팔 때 사용하는 은어로 그 집의 고쳐야 할 부분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트롤들이 크리스토프의 단점을 말하면서도 그만큼 따뜻한 남자는 없다는 내용의 가사로 이를 작품에 적용해보면, 우선 전개가 매우 빠르다. 특히 엘사가 혼란을 겪고 도망가는 부분에서의 감정적 묘사가 부족해 보였고, 한스 왕자가 이빨을 드러내는 부분도 뜬금없게 느껴졌다. 따지고 보면 안나가 3분만에 한스와 결혼하겠다는 것도 정서상 납득되지 않았는데, 철부지적인 부분도 있고 오랜 시간을 외톨이로 살며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생각에 가득차있을 터이니 그러려니 한다. 이처럼 러닝타임의 한계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개연성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고, 이것을 보완하기 위해 작품의 복선과 주제를 노래로 표현했지만… 난 알아들을 수가 없잖아ㅠ 역설적이게도 크리스토프의 취급이 안좋았던 점도 마음에 걸린다. 엘사에게 하이라이트 장면을 넘긴 것은 그렇다쳐도, 한스도 안나와 듀엣을 부르는데 얜 그런 것도 없다. 심지어 라스트 신에서는 스벤과 춤을 추고 있는데 이게 뭐야!!(그 때 안나는 엘사와 춤을 추고 있었다. LGBT 확인사살?) 그래도 안나가 좋았으니 만사 오케이.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안나는 어찌보면 전통적인 공주상에 해당하지만, 낙천적이고 명랑한 성격에 의외로 육체파이거나 코를 고는 등의 깨는 모습은 오히려 전통상에서 벗어난 부분이다. 엘사와는 다른 의미의 정신적인 성숙을 이뤄내고,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엘사를 생각하는 것도 안나였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엘사에게 가르쳐 주었기에 사심을 빼고도 '겨울왕국'의 진 주인공은 안나라고 생각한다.(사심 200%) 올라프라는 캐릭터도 좋았다. 얼음의 마법으로 안나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엘사의 따뜻함을 눈사람이면서 따뜻한 포옹을 좋아하는 올라프로 대변했고, 정반대인 마시멜로로는 엘사의 방어기제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틀을 깨고, 자매애로 진정한 사랑을 맞이한다는 주제는 역시 신선했고. 특히 마지막 부분의 엘사가 발을 차며 바닥을 얼리는 장면은 시작부의 어린시절 안나와 함께 노는 장면과 완벽한 대칭을 이룬다. 달라진 것은 이제는 두 사람만이 아니라(올라프 모양의 눈사람도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누린다는 것이다. 결국 자신을 가두는 단절된, 방어적인 사랑이 아니라 이타적이되 쌍방적인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진리는 얼어붙은(Frozen) 엘사의 마음을 녹이기엔 충분했다.

P.S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덧글

  • Let It Be 2014/03/08 12:35 # 답글

    블랙피트캐릭 상이군인에 대한 조롱아닌가요? 엣헴엣헴
  • NIZU 2014/03/08 14:53 #

    안녕하세요, Let It Be님!
    미키 마우스에 큰 관심이 없다보니 블랙 피트가 어떤 캐릭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ㅎㅎ
    찾아보니 2004년부터 의족을 달았다고 하는데 다른 시리즈에도 많이 나온 모양이더군요 :)
  • 베른카스텔 2014/03/08 22:50 # 답글

    저도 미키 마우스 너무 지루해서 짜증났어요 -_;; 차라리 팝콘이라도 사서 들어갈 걸..
  • NIZU 2014/03/09 04:15 #

    저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군요!
    7분 정도였는데 그 이상으로 느껴지더라구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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