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BOOK

[스포일러 있음.]



어디가서 정치, 종교 이야기는 하지 말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나 역시 이 말을 가슴에 간직하며 해당 주제는 꺼내지 않도록 신경쓰고, 설령 화두에 올랐다 하더라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참여하진 않았다.(물론, 얍삽하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과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엔 한다.) 이 불문율은 블로그를 운영함에도 적용되기에 이 책에 대한 글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어찌됐든 정치에 관한 책이고 이에 대해 말하려면 내 정치관(?)을 드러내지 않고서는 논할 수 없기에. 그렇지 않으면 수박 겉핥기 식으로 쓸 수 밖에 없는데 이러려면 차라리 안 쓰는 게 나을 것 같아 처음엔 그냥 건너 뛰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확고한 정치적 신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치에 깊은 관심이 있어 상세히 알고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돌아가는 세상사 정도만 파악하고 있다고 할까. 그래서 조금 버거운 면도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제3자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개인적인 생각을 위주로 얄팍하게 써보려 한다.

먼저, 나는 인간 김어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솔직히 별로 관심도 없고. 내가 아는 거라곤 그가 딴지일보를 운영하고 있고 나꼼수, 김어준의 KFC라는 팟캐스트를 방송했다는 것 정도? 그것도 실제로 들어보진 않았다. 때문에 이 사람에 대해 어쩌니 저쩌니 논할 순 없다. 하지만 그가 쓰는 글의 독특한 느낌, 특히 연애글에서 느껴지는 직관만큼은 좋아한다. 지인의 추천도 있었고, '건투를 빈다'를 재미있게 읽어 이 책 역시 흥미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서두는 조국에 관한 언급으로 출발하는데, '겸손하고 올바른 이미지가 비호감이 될 수도 있다'라는 애정어린 충고가 인상적이다. 허나, 그와 MB의 외모를 비교하며 품평한 것, 특히 여성들이 MB가 외국정상들과 나란히 서있는 장면은 보기 힘들어 한다는 부분은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실제로 어떨진 몰라도.) 뭐, 외모가 정치 이미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인정하기도 하고 오세훈을 거론하며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려 한 점은 좋았다.(그런데 이회창 이야기는 솔직히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 개인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서 불편했다.) 본격인 이야기는 좌·우에 관한 정의로 시작하는데, 이를 사바나에 비유한 것은 상당히 신선했다. 하지만 우(右)가 본능적 반응, 좌(左)는 논리적 대처라는 의견에는 동의하기 힘든데, 개인적으로는 한 사람의 정치성을 이분법적인 구조로 해석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인 성격을 혈액형 4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라고 할까. 정치학을 공부하지 않아서 언급하기 어렵고 행정학적인 관점에서는 이렇다. 인간관적인 측면은 욕구, 협동, 오류의 가능성 있는 인간, 경제인관 부정(좌파), 오류의 가능성 없는 인간,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경제인(우파). 가치관적인 측면은 자유를 열렬히 옹호(정부에로의 자유), 결과의 평등을 증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정부개입 허용, 배분적 정의(부의 공정한 분배)(좌파), 자유를 강조(정부로부터의 자유), 기회의 평등과 경제적 자유 강조, 교환적(평균적) 정의(거래의 공정성)(우파).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좌파이자, 우파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의 정치관을 어느 한 프레임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회색분자라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실제로 그런 걸 어떡해? 어쨌든 세계를 약육강식의 전쟁터로 이해한다는 부분은 일정 동의하나 우가 기질적으로 타고난 동물의 반응, 본능적이고 일차원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하진 않는다. 반면, 트리클다운 효과에 대한 비판은 전적으로 동의하고, 우의 기질을 까는 것과 동시에 정도의 차는 있지만 좌의 지적 우월성이나 도덕적 정당성을 깐 점도 재미있었다. 이어진 내용은 좌·우는 가치관이 아니라 타고난 것이라는 주장이었는데 이 부분을 읽자마자 도지사가 떠올랐다. 이를 염두한 듯, 바로 김문수에 대한 예시가 언급되었는데 학습이나 경험을 통해 가치관이 바뀔 수도 있기에 어떤 한쪽의 기질이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김문수의 경우도 반대로 해석할 여지는 충분히 있고.

연애는 내가 가장 마음대로 하고 싶은데, 가장 뜻대로 안 되는 상대와 만나는 거거든. 거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를 통해 자기가 누군지가 드러나지. 그걸 받아들이냐 못 받아들이냐는 별개의 문제지만. 그러면서 자신의 하이와 로를 경험하고 바닥과 경계를 확인하게 되지. 그 경계를 이어붙이면 바로 자신의 실체지. (P.267)

이어서 저자는 BBK, 삼성에 관해 언급하는데, BBK쪽은 본인이 소설(?)이라고 밝혔기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지만 나는 이 부분을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삼성 역시 마찬가지, 삼성=이건희 프레임의 허구성을 논하며 그룹과 일가를 분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바이다. 계속해서 대중언어 구사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정치는 연애라는 현실적인 시각에서 정치를 바라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다분히 정치적, 현실적인 시선으로 정치인들을 바라보고 그들의 행보와 미래를 풀어쓴 것이 재미있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예언(?)은 빗나갔지만 남들과 다른 눈으로 정치를 바라보고, 인터뷰를 통해 직접 느낀 정치인들의 평가는 어렴풋이 느꼈던 감정을 집어내는 통찰이 있었다. 당시 주목받지 못했던 야권 대권주자로서의 문재인을 부각한 점이나 각 진영에서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에 대한 분석등은 무척 흥미로웠다. 깔테면 까라, 나는 할 말을 해야겠다라는 자세도 마음에 들었고.(그래서 깠다?!) 이 책의 내용을 전부 동의하진 않지만 출간된지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미 일어난 일들과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고, 한발 물러선 시선에서 읽는 즐거움도 있었다. 적극적이지 못한 이 글에 혹자는 실망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다. 내가 정치적 근본(?)이 없어서 그럴진 몰라도 좌·우의 이념에서 이제 졸업할 때가 된 것은 아닌지. 분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도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냉전시대를 살고 있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김어준은 지금의 안철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P.S
정치를 이해하려면 결국 인간을 이해해야 하고 인간을 이해하려면 단일 학문으로는 안 된다. 인간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덧글

  • 2014/07/27 21: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29 03: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