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formers: Age of Extinction (2014) MOVIE

[스포일러 있음.]



2014년 7월 7일 관람.
이젠 질릴 법도 한 트랜스포머 실사영화 시리즈의 4번째 작품. 볼까 말까 망설였지만 한번 시작한 시리즈물은 끝까지 본다는 나의 철칙과 옵티머스 프라임과의 의리로 감상했다. 관람 전 혹평을 많이 들어 기대치가 추락하다 못해 지구핵까지 도달했는데, 이 탓인지 의외로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전작들에서 학습했듯이 이 시리즈에 개연성을 기대하는 것은 더 이상 무의미하고 단순히 때려 부수는 것만 즐기면 될 일… 하지만 인간과 로봇들간의 적절한 비중, 전체적인 플롯의 단순하지만 깔끔함(전작들은 단순하기만 했다.)은 즐길만한 요소였고 가장 큰 단점인 164분에 달하는 러닝 타임만 견딜 수 있다면 '생각보다'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멸종의 시대
영화 개봉 전, 구독하고 있는 유투브 채널의 완구 리뷰를 통해 이번 작품에 등장하는 트랜스포머들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해당 채널은 일본인이 운영하는 것으로 일본판의 부제는 'Lost Age'인지라 '사라진 시대'로 번역된 한국판의 부제와 일치해, 원래 제목이'Lost Age'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Age of Extinction'이었다. 이게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사라진'과 '멸종된'이 주는 뉘앙스의 차이는 의외로 크기에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2편인 '
Revenge of The Fallen'도 미묘한 해석이었는데 이 시리즈에서 번역에 대한 논란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어쨌든 전편으로 부터 3년 후를 배경으로, 인간 측 출연진이 모두 변경되었고 이에 맞춰 트랜스포머 역시 새얼굴이 많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었다. CIA의 트랜스포머 말살 조직인 세메터리 윈드가 등장하는 만큼, 대부분의 트랜스포머는 이미 사망처리되어 비중있게 등장하는 오토봇의 수는 적다.(전작에 등장했던 사이드 스와이프, 디노는 처리된 상태이고 라쳇은 초반부에 사망.) 때문에 적은 캐릭터에 집중하여 개성과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았다. 물량 공세로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힘들었던 전작들과 달리 새로이 등장한 드리프트, 크로스헤어즈, 하운드 등에게도 적절한 비중을 부여해 캐릭터 간의 밸런스를 맞추었다. 이런 비중 조절은 인간에게도 적용되어, 주인공 케이드 예거(=마크 윌버그)가 북치고 장구치고 혼자 다할 거라는 불안감을 어느 정도 불식시켰다. 허세와 징징으로 무장하고 범블비!! 또는 옵티머스!! 정도의 대사만 기억나는 샘 윗위키에 비해 훨씬 존재감 있는 이번 시리즈의 인간들. 이는 로봇과 인간들 간의 입장이 겹쳐지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가능성'이라는 트랜스포머의 영화판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전작들에 비해 훨씬 설득력을 갖게 한다. 또 미군이 등장하지 않는 것을 위시로 전작의 이데올로기가 짙은 연출을 강도 높게 부정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애국심이라는 명목 하에 부와 명예를 위해 락다운과 손을 잡은 세메터리 윈드도 그러하고, 미국 시민의 신성한 의무를 주장하며 옵티머스를 신고한 루카스(=T.J.밀러)가 끔찍하게 사망한 부분도 그렇다. 다른 영화에서 일종의 아이템으로 많이 사용된 부분이긴 하지만 트랜스포머 시리즈에서 미쿡 만세!!가 아닌게 어딘가 싶다.

WHY?
더 이상 트랜스포머 시리즈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마이클 베이가 스티븐 스필버그 때문에 감독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스필버그 옹은 왜 그러셨을까? 무의미한 슬로우 모션과 폭발씬을 반복하는 마이클 베이 식 연출에 이젠 지쳐만 간다. 또 로미오와 줄리엣 법이니 뭐니에 투닥거릴게 아니라 루카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성의를 보이라고!! 시드를 처리하는 과정(전술핵급 폭탄이라면서 그걸 왜 홍콩으로 가져가니?)의 부실함과 옵티머스가 그림록(=티라노 사우르스형 다이노봇, 작중엔 이름도 안나온 것 같은데ㅠ)을 굴복시키는 장면도 너무 빨라 납득하기 힘든 점 등 개연성이 부족한 부분은 여전했다. 게다가 디셉티콘은 사실상 갈바트론으로 부활한 메가트론 하나 밖에 없어 취급이 좋지 않을 뿐더러, 옵티머스와 락다운의 대결구도에 초점이 맞춰져 활약하는 장면도 없다.차기작을 위한 보험일뿐. 이런 가운데 옵티머스와 락다운의 전투도 확실하게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케이드를 비롯한 인간들의 활약으로 옵티머스가 결정타를 날리는데, 전작의 센티넬을 뒷치기하는 메가트론을 뒷치기하는 옵티머스보단 낫지만 뭔가 김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1~3편에서 일언반구조차 없었던 창조주에 관한 설정은 뜬금없게 느껴졌지만 쿠인테슨에 관한 떡밥을 던지는 측면에서는 그나마 납득이 가능하다. 하지만 만능물질인 트랜스포뮴이나 케이드가 우연히 줍는 검 같이 생긴 광선총은 작품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트린 것처럼 보였다.(데우스 엑스 마키나?) 게다가 일개 발명가에 불과한 케이드의 육체 능력치는 왜 이렇게 높은건지 보통 인간이었으면 열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 인조 트랜스포머의 변형 시퀸스를 생략하여 제작비 절감에 도움을 준 트랜스포뮴도 그러하지만 오토봇의 디자인 역시 매끈하게 바뀌어 탈 것에서 변형한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는데 겟타선이라도 맞은걸까? 드리프트는 설정상 트리플 체인저인데 변형과정이 생략된 것도 아쉽고, 대놓고 사무라이를 표방한 디자인도 거슬렸다. 쑤웨밍을 연기한 리빙빙은 나쁘지 않았지만 중국 자본의 힘을 느끼게 한 과도한 PPL은 이 영화가 트랜스포머인지, 금강변형인지 헷갈리게 만들었고 뭔가 있어 보였던 지질학자 다시(=소피아 마일스)는 왜 나왔는지 조차 모를 평범한 조연1에 불과했다.(한경보단 낫지만.)

만들거면 잘 만들던가
그저 그런 팝콘무비로 전락한지 오래된 이 시리즈를 끌고 가는 것에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감독을 포함한 제작진이 교체되고 짜임새 있는 각본과 연출로 돌아온다면 모를까, 이런 기대감을 매번 빅엿으로 갚아주시니 이젠 트랜스포머를 놓아줄 때가 온 것 같다.하지만 후속작이 개봉하면 난 또 보겠지. 사실 전작의 샘과는 반대로 능동적인 어른 케이드나 디셉티콘이 아닌 새로운 적과 그 배후의 정체를 떡밥으로 던지는 등 매력적인 요소는 충분히 가지고 있다. 결국 이걸 살려내는 것이 감독의 능력인데, 전작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정돈되지 않은 모습과 분량 조절의 실패는 마이클 베이의 커리어를 의심케 만든다. '더 록(The Rock, 1996)'을 만든 사람이 정말 당신이 맞소? 뭐, 영화의 완성도와 흥행수익을 반비례시키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만, 이 때문에 시리즈의 회복이나 리부트가 물건너갔다고 생각하니 열받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너무 따졌는지도 모르겠지만 '트랜스포머를 보면서 뭘 그런거까지 신경쓰냐?'가 당연해진 이 시리즈의 현실이 씁쓸해진다. 떡밥도 투척했겠다, 5편이 제작되는건 기정 사실인데 만들거면 좀 잘 만들던가. 어쩌니 저쩌니 해도 기대치를 낮춘다면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였고 차기작도 까면서 볼 것 같다.

P.S
That is why I have no fear!!

덧글

  • 2014/07/17 14:5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18 18:1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베른카스텔 2014/07/19 19:58 # 답글

    왜 저는 트랜스포머가 재미가 없을까요.. 역시 기계 나오는 건 ㅠㅠ..
  • NIZU 2014/07/20 03:35 #

    대세에 편승하지 못하는 쪽인데, 어려서부터 변신 로봇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트랜스포머에는 열광하게 되네요.
    사실 3편부터 재미없다는 평이 많고 저도 실망한 부분이 커서 약간의 회의감도 들어요.(그래도 계속 보겠지만요, 하하…)
  • 잠본이 2014/07/19 22:54 # 답글

    더 록은 혹시나 베이를 기절시키고 대행자가 만든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곤두박질치는 퀄리티...
  • NIZU 2014/07/20 03:39 #

    나쁜 녀석들이나 더 록 시절에 비하면 같은 사람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마이클 베이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2015년에 나쁜 녀석들3가 개봉예정이던데 어떻게 나올지 여러가지 의미(?)로 기대되네요.
  • 제목없음 2014/07/20 12:19 #

    지금의 베이 감독 국뽕 수준이라면 줄리안 어샌지가 아랍 테러리스트들 한테 미국 군사정보 팔아먹으려는걸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가 때려잡는다는 스토리 밖에 안 나올거 같은데요. 왜 형사 두 사람이 CIA나 해야할 짓을 해야하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전작에서 이미 남미 가서 특수부대 체험도 해봤으니 못하지는 않을듯

    근데 욕은 바가지로 먹어도 흥행 분기점 때문에 결국 또 속편 감독 맡게 되지않을지 그게 더 걱정됩니다. 진짜로요(덤으로 세미 포르노 수준의 섹드립 때문에 심의하시는분들과 관객들 모두 심히 눈에 궤양 생기게 만드는것도 걱정)
  • 잠본이 2014/07/20 12:41 #

    '돈이 모든걸 말한다(Money Talks)'라는 경구를 이렇게 완벽하게 실현시켜주는 사람도 참 드물 것 같습니다. 으으으 네이놈 마베
  • NIZU 2014/07/20 18:41 #

    제목없음 님: 말씀하신 내용이 전부일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습니다ㅠ 국뽕 맞은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감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른 부분은…

    잠본이 님: 이쯤되면 잠본이 님 말씀처럼 "어디 이렇게 망쳐놔도 사람들이 와서 보나 한번 시험해 볼까?" 마인드인 것 같아요. 그 결과가 흥행성공이니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 같네요. 네 이놈 마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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