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 BOOK

[스포일러 있음.]



'통곡'의 저자인 누쿠이 도쿠로는 어린 시절부터 아르센 뤼팽의 창시자인 모리스 르블랑의 작품을 읽고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와세다 대학 상학부(商學部)를 졸업하고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사람들을 대하며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쌓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대학 재학시절부터 오랫동안 준비해 온 소설을 세상에 내놓는다. 그리고 그 작품이 1989년 일본을 경악시킨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을 모티브로 한 '통곡'이다. '도쿄·사이타마 연쇄 유아납치 살해사건'으로 명명된 이 사건에 대해 잠시 언급하자면,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출생 당시 미숙아였고 손에 기형이 있어서 손바닥을 뒤집지 못하는 장애 때문에 미야자키 쓰토무는 학창시절 이지메를 당했다고 한다. 대학교 시절, 그는 좋아하던 동급생에게 고백하였으나 손의 장애 때문에 차이고 말았고 그런 그를 한 소녀가 위로해주었는데 이때부터 어린 소녀에 집착하게 되었고, 장애로 인한 이지메와 그에 따른 사회부적응이 연쇄살인으로 이어진 것이라 추정된다. 미야자키는 무려 4명의 어린 소녀를 살해하였고 범행 동기가 돈이나 성범죄 등이 아닌 네크로필리아라는 점, 언론을 도발하거나 피해자의 부모에게 딸의 신체 일부를 보내는 등 제정신으로 볼 수 없는 짓을 저질러 아동 유괴살인 혐의를 적용, 사형 선고를 받았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일본의 미스테리 소설이나 관련 매체에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살육에 이르는 병'(아비코 타케마루 저)과 이 글에서 소개할 '통곡'이다.

평온하고 한가로운 오후다.
문득 정신이 들자, 그는 이제 와 아무것도 바뀔 리 없는 생각들로 머리속을 쉼 없이 들쑤시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순전히 무의미한 미련과 후회다. 장황하게 이어지는 생각의 끝에 허무가 존재한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다. 여름의 강렬한 햇살마저 바닥에 이르지 못할, 깊디깊은 허무다. (P.6)

작품은 표면적인 주인공 사에키를 중심으로 한 서술과 범인의 사건 수기와 같은 진술이 번갈아 나타나며 진행된다. 때문에 사에키의 내면 심리와 그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 경찰 조직 내의 갈등을 다양하게 언급하며 사회파 소설과 같은 분위기를 낸다. 그와 함께 범인의 입장에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엽기적인 사건을 저질러야 하는 이유와 당위성을 동시에 설명하며 르포나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을 동시에 주고 있다. 이렇게 상반된 분위기를 가진 두 개의 이야기는 마치 전혀 상관없다는듯이 평행선을 그리며 전개되다가 결말에 이르러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품는 구조로 결합한다. 이 과정에서 '통곡'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드러나는데, 시간차가 느껴지는 서술구조를 생각하며 읽었을 때의 쾌감이 무척 컸다. 사실 반전 자체는 추리소설을 많이 접한 독자라면 쉽게 예측이 가능하고, 요즘 시점에서는 신선하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반전 자체보다는 이야기의 끝으로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상반된 시선으로 표현하여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었고 이에 따른 긴장감 역시 함께 느껴졌다.

또한, 주인공의 압박감과 상실감을 통해 무너져가는 내면을 치밀하게 묘사하고 자식을 잃는다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고통과 분노를 냉정하지만 뜨겁게 써내려간 문체 역시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경찰과 언론의 불편한 공생관계나 캐리어와 논캐리어로 구분되는 경찰 내부의 벽, 신흥종교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도 기억에 남는다. 국내에서는 반전이 홍보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그에 대한 임팩트를 찾다보니 호오가 나뉜 것 같은데(사실 반전에 대한 힌트를 많이 흘리긴 했다.), 반전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자체에 무게를 두면 더욱 몰입해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P.S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마련이죠.

덧글

  • 2014/10/10 00:4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10/10 03:5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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