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BOOK

[스포일러 있음.]



단순히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을 통해 새로운 작가를 알아간다는 사실은 제법 재미있는 일이다. 2012년 '열쇠가 없는 꿈을 꾸다'로 147회 나오키 상을 수상한 츠지무라 미즈키는 결혼식을 주제로 행복의 숨겨진 이면을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를 통해 그려냈다. 이 작품은 각기 다른 비밀을 지닌 네 커플이 결혼식 당일, 하루 동안 겪는 이야기를 다룬 내용이다. 모든 이야기가 견고하게 맞물리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과정과 자연스러운 심리 묘사를 통해 가장 행복해야 하는 날, 비밀을 숨긴 이들의 이면을 빠른 호흡으로 그린 것이 인상적이었다.

만사가 길한 날로 알려진 11월 22일 일요일, 웨딩홀으로 유명한 호텔 아르마이티에는 네 쌍의 결혼식이 예정되어 있다. 언니에게 평생동안 열등감을 느껴 결혼식을 계기로 인생 최대의 승부수를 던지는 히미카, 좋아하는 이모가 데려온 신랑감의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고민하는 마소라, 자신의 행복을 빼앗아간 여자의 결혼식을 준비해야 하는 웨딩플래너 다카코, 아내를 두고 하게 된 이중결혼을 막기 위해 석유와 라이터를 준비하는 리쿠오. 퍼즐처럼 짜여진 이들의 이야기가 정교하게 펼쳐진다.

결혼이라는 것은 타이밍과 의지가 필요하다.
상담을 하던 커플이 중간에 헤어지고 결혼 이야기 자체가 없어지는 경우도 있고, 한 번 식을 올린 커플이 몇 년 후 각각 다른 상대와 두 번째 식을 신청하는 일도 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있긴 있다. (P.420)

네 개의 이야기는 별개인 것처럼 다뤄지지만 모든 내용이 종결된 후, 각 주인공과 시간대 별로 다시 짧은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주는 부분은 잘못맞춘 퍼즐을 바로 잡는 작업같아 특히 기억에 남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들의 하루를 서로 이어진 듯, 그렇지 않은 듯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결혼식 장면들이 눈 앞에 선명했다. 책의 첫 페이지에는 호텔 아르마이티의 웨딩홀 배치도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점이 흥미진진했다.

처음엔 복잡하고 다소 엉뚱하게 느껴진 면이 있어 몰입하기 어려웠지만 읽다보니 짜임새 있는 무게감을 주는 동시에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로 따뜻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화려한 결혼식을 꿈꾸는 사람들의 내면에 감추어진 욕망을 들여다 볼 수 있었고, 서로의 비밀들이 드러나면서 밝혀지는 결혼식의 이면을 위트있게 풀어나가며 중심을 잃지 않은 작가의 필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제법 긴 분량임에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고 심각함과 엉뚱함 사이를 줄타기하는 분위기가 매력적인 작품이었다.

P.S
저 달이 우아해 보이지? 가까이서 보면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니까.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