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iplash (2014) MOVIE

[스포일러 있음.]



2015년 3월 20일 관람.
이걸 이제야 쓰다니… 평소 음악영화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 영화의 시사회를 다녀온 지인이 극찬을 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개봉 직후 바로 관람하진 못했는데, 저예산영화라 행여 극장에서 빨리 내려가진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역시 입소문의 힘은 대단했다. 그렇게 '위플래쉬' 보고 관람 직후 글을 썼다면 이 글의 내용이 달랐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영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보니 음악영화보다는 교육영화로 더 많이 소비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방식
어느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남 모를 노력과 희생이 언제나 수반된다. '~~에 미쳤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 듯,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채찍질이 필요하다. 테렌스 플래쳐(=J.K 시몬스)는 학생을 한계까지 몰아 능력을 끄집어낸다. 앤드류 네이먼(=마일즈 텔러)에게 온갖 패드립과 폭력을 서슴치 않으며 약간의 당근과 엄청난 채찍질을 반복하며 성장시킨다. 플래쳐는 미국 재즈가 이 꼴이 된 것은 '그만하면 잘했어(Good Job)'라는 말 때문이라는데 문제는 이런 그의 방식으로 인해 우울증을 겪고 자살한 제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눈물을 흘리며 제자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혹독한 교육방식을 바꿀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이 영화가 주로 지적받는 부분이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플래쳐의 폭력을 옹호한다는 것인데 감독의 인터뷰처럼 이 부분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플래쳐의 지도방식은 영화에서 긍정적으로 묘사되지 않았고, 그가 지도한 제자의 자살로 이미 문제점을 드러냈다. 반대로 클라이막스 장면에서 보인 앤드류의 신들린 연주는 플래쳐의 혹독한 교육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그의 방식에 굴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자신의 음악경험을 바탕으로 '예술은 가볍고 즐거워야 한다'와 '예술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하고 이를 영화로 만든 것이 '위플래쉬'라고 밝혔다. 영화를 만들어놓고서도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말한 감독의 인터뷰처럼 위플래쉬의 결말도 모호하게 연출되어 있고 결국 해석은 개인의 판단의 범주로 넘어간다.

해석의 방식
때문에 위플래쉬를 보는 관객들은 모두 같은 영화를 보는 게 아닌 것이 된다. 혹자는 폭력적이고 위험한 선생과 그에 못지 않게 정신적 궁지에 몰린 학생이 벌이는 대결로, 다른 누군가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제자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스승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음악에 미친 놈들의 정신나간 대결로 보는데, 플래쳐가 앤드류를 카네기 홀에 초대한 이유는 연주를 망치고 다시는 그가 무대 위에 설 수 없게 하기 위함이고 앤드류 역시 플래쳐의 지휘를 무시하며 빅엿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마주하는 음악적 교감과 예술적 승화는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이 스승과 제자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플래쳐가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로 폭력적인 교육환경에서 자라왔기 때문인지 플래쳐에게 제자의 가능성을 끌어내는 스승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 같았다. 노력에 만족하는 사람은 최고라는 단어와 멀어지게 되고, 평범한 인생을 살면서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모순이라는 말로 플래쳐의 방식을 옹호한다. 물론 예술은 고통을 수반한다. 마지막 10분간의 연주는 이미 스승과 제자라는 굴레는 무의미할 정도의 예술적 승화 과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희생자를 만드는 그의 방식은 역시 공감하기 어렵다. 자신을 교수직에서 쫓겨나게 한 앤드류에게 복수하기 위해 곡을 잘못 알려준 행위는 사적 복수를 위해 무대를 망치는 짓이다. 앤드류 뿐만 아니라 다른 연주자까지 괴롭히는 행위였고, 관객을 무시한 처사이자 오버해서 말하면 음악을 모독한 짓이다. 이 모든 것이 앤드류의 투쟁심을 자극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한 명의 천재를 만들어내기 위해 다른 학생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철학은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미친 놈들의 향연
클라이막스에서는 앤드류가 곡목을 바꾸어 신들린 연주로 플래쳐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로지 실력이 최우선의 가치이며 동료들간의 소통이나 배려는 중시하지 않는 플래쳐와 같은 방식으로 맞짱을 뜬다는 부분은 연주가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으로 한 복수였기에 유독 짜릿하게 다가왔다. 대립각을 세우던 스승과 제자가 오해를 풀고 화해하고 포용하는 장면이 없었던 것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러웠고, 여러 가지 의미에서 미치광이들의 대결을 보는 나까지 미친 놈이 된 것 같았다.

그런 앤드류를 보며 플래쳐는 내심 만족했을 것이다. 앤드류가 한계를 깨고 경지에 도달해 연주하는 모습에 '역시 내 방식을 틀리지 않았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플래쳐는 앞으로도 자기 방식을 고수할 것이고, 앤드류는 자신이 꿈꾸던 성취를 이루어냈지만 션 케이시나 찰리 파커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 '어둡고 불행한 결말이라고 생각한다'는 감독의 말은 그래서가 아닐까.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은 다들 어딘가 미쳐있었고 그 탓인지 영화를 보는 나를 포함, 작품 자체도 미친 것 같았다. '위플래쉬'를 통해 (좋은 의미로)미친 채찍질을 거하게 맛봤다.

P.S
I'm here for a reason.

덧글

  • 외노멜 2015/04/21 15:06 # 답글

    서로 으르렁대다가 결국 합체(...)하는 마지막부분은 꽤나 맘에 들더군요.
    저는 미친놈들끼리 으르렁대는걸로 봤지만, 사대다니는 친구놈은 플레쳐가 의도한걸로 해석하고..
    이렇게 서로 다른해석을 할 수 있도록 한 감독의 재치도 엿보여서 좋았습니다
    덕분에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재탕을 하게된 영화로, 저에게는 의미깊은... 영화였습니다
  • NIZU 2015/04/21 18:12 #

    안녕하세요, 외노멜 님 :D
    말씀처럼 같은 장면을 두고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 매력이지 싶습니다.
    드럼이라는 악기를 좋아해서 더욱 몰입해서 본 것 같아요.
    저도 재탕하고 싶은 영화였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못해서 아쉽습니다… ㅠ.ㅜ
    나중에라도 꼭 한 번 다시 보려구요!
  • 클레안 2015/04/28 16:47 # 삭제 답글

    잘 지내셨는지 모르겠네요. 위플래쉬는 가족과 함께 보러갔었는데 단순한 음악 영화라고 생각한 부분에서 이미 전율을 느끼게 되지 않았나 합니다. 이건 반드시 여러 번 봐야해요.
  • NIZU 2015/04/28 23:02 #

    앗! 안녕하세요, 클레안 님!!
    정말 반갑습니다 :D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블로그를 옮기셨군요, 앞으로 종종 찾아봐도 될까요?

    위플래쉬는 큰 기대감없이 봤는데 정말 전율이 느껴지는 작품이더군요.
    저도 꼭 여러번 보려고 합니다 :)
  • 클레안 2015/04/29 14:03 # 삭제

    그럼요. 저는 교육대학을 무사히 졸업하고 초등학교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 NIZU 2015/04/29 20:22 #

    우와! 정말 축하드립니다 :D
    블로그로 인사드리러 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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