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Y (2015) MOVIE

[스포일러 있음.]



2015년 6월 5일 관람.
작품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영화를 고르는 타입은 아니라서 단순히 제이슨 스타뎀이 출연하는 코믹 스파이물로 알고 영화를 봤다. 이는 애매한 비중의 그가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표현된 포스터에 낚인 면도 있지만 기존 영화 속의 스파이는 대부분 남자였다는 경험에서 오는 고정관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을 보니 내가 예상했던 흐름과는 전혀 달랐고, 기존 스파이 영화가 여성의 성적 매력을 부각시켰다면, '스파이'는 넉넉한 풍채의 멜리사 맥카시가 주인공이자 스파이로 활약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처럼 보였다.

스파이물의 비전형
'스파이'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처럼 스파이 영화들의 공식을 비틀어 만든 점이다. 서두에 언급했듯이 남성 캐릭터들에게 집중되었던 기존 스파이 영화들과는 달리 뚱뚱한 여성을 전면적으로 내세운 것이다. 또한 주인공 수잔 쿠퍼(=멜리사 맥카시)는 CIA의 내근요원임에도 액션과 변장 등 스파이로서 요구되는 모든 자질을 갖춘 캐릭터로 등장한다. 때문에 남성에게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뿐만 아니라 더욱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다.

오히려 릭 포드(=제이슨 스타뎀)를 비롯한 남성 요원들은 어딘가 부족한 허당으로 그려지며 수잔을 더욱 부각시키는데 이는 감독인 폴 페이그가 페미니스트인 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감독의 전작인 '히트'(The Heat, 2013)나 '내 여자친구의 결혼식'(Bridesmaids, 2011)에서도 페미니즘의 성향이 드러나고 모두 멜리사 맥카시와 함께 한 작품이라 그녀를 폴 페이그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캐릭터의 존재감
스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잔이 임무에 투입되어 엄청난 활약을 보이는 모습에 감탄이 나왔다. 수잔은 동네 아줌마로서의 위장신분을 받고 민망한 용품들을 기반으로 한 무기를 사용하는데 이런 유머러스한 상황들이 의외의 설득력을 발휘하며 몰입감을 높였다. 여기에 멜리사 맥카시의 몸 개그와 특유의 대사톤은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유발시킴과 동시에 훌륭한 연기력을 각인시킨다.

코미디 뿐만 아니라 본래의 액션에도 충실하다는 점 역시 좋았다. 파리와 로마, 부다페스트 등을 오가며 펼쳐지는 액션은 제법 큰 스케일을 보여주었고, 매력적인 여성 악역을 등장시켜 페미니즘 영화임을 한번 더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레이나 보야노프(=로즈 번)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냉정하고 잔인한 성격에 비해 이름을 외우지 못하거나 수잔과 욕을 하며 정이 들어버리는 욕데레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나를 비롯해 낸시(=미란다 하트), 알도(=피터 세라피노웍) 등의 조연 캐릭터들도 매력적이었다.

웃음 코드는 호불호
뚱뚱한 캐릭터가 나오는 코미디 영화에 사골로 등장하는 외모 비하 개그나 캐릭터의 희화화가 덜한 점은 좋았다. 그런데 병맛 개그를 무척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개그 코드가 도무지 맞질 않았다. 상영관에 나를 제외하곤 관람객이 없었기에 다른 관객의 반응을 보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다. 인터넷 상의 감상글들을 보니 대부분 개그에 호의적인 반응이던데 역시 내 취향이 특이한 걸까, 포인트는 알겠지만 그게 웃음으로 까지 연결되진 않았다. 물론 액션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웃음이라고 보기에 코드가 맞지 않으면 영화의 전체적인 재미도 덩달아 떨어질 우려가 있다. 자막 번역에 대한 논란은 덤.

P.S
Fxxk you too.

덧글

  • 베른카스텔 2015/06/23 00:14 # 답글

    뭔가 b급스러운.. b급한 영화였어요..
  • NIZU 2015/06/23 05:18 #

    네, 개인적으로 b급 영화를 좋아하는데 이 작품은 제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있더라구요.
    물론 즐겁게 감상하긴 했지만 아쉬운 점이 없진 않았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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