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ool (2016) MOVIE

[스포일러 있음.]



2016년 2월 16일 관람.
이걸 이제 쓰다니!!
가장 큰 특징인 수다를 입에 오바로크를 쳐서 봉하는 등의 만행으로 팬들에게 빅엿을 선사한 <엑스맨 탄생:울버린>의 데드풀은 이제 잊어도 될 것 같다. 영화 제작까지 난관이 많았지만 제작비의 일부를 주연인 라이언 레이놀즈가 부담하는 등의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개봉한 <데드풀>은 북미에서 R등급 영화 중 개봉일 성적 역대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을 찍으며 대박을 친다. 국내에서도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었는데, 이 영화의 매력을 알아보자.

명료한 스토리와 적절한 캐스팅
<데드풀>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나름대로 착하게(?) 살고 있는 전직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거리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청혼까지 했는데 말기암. 방황 끝에 암치료를 해준다는 임상실험에 지원하지만 이는 웨폰X 프로젝트였고, 실험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으로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프레디 크루거와 유사한 얼굴을 얻게 된 웨이드는 데드풀이 되어 실험과 관계된 인물들을 숙청하고 사랑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서사의 단순함을 연출과 개그로 커버하여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초반의 과거 회상이 반복되는 부분에서 다소 템포가 끊기기도 했지만 웨이드가 데드풀이 되는 과정과 복수의 동기를 설명하기에 불만은 없었다.

주연인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력도 훌륭했다. 서두에 언급한 <엑스맨 탄생:울버린>을 포함해 <블레이드3>, <그린 랜턴:반지의 선택> 등 히어로 영화에 슬픈 추억만을 가진 그였지만, 코믹스의 데드풀을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듯한 신들린듯한 연기수다는 데드풀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그가 10년을 기다린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또한 데드풀의 그녀인 바네사 칼리슨 役의 모레나 바카린도 인상적이었다. 79년생으로 40줄을 바라보는 그녀지만 섹스어필을 강조하면서 끝까지 주인공을 신뢰하는 진중한 모습도 훌륭히 소화해냈다. 기존의 영화에 이런 캐릭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만큼은 희소성을 가진 캐릭터라 속편에서의 활약도 기대해본다.(그럼 쉬클라는?)

개그 코드와 이스터 에그
오프닝 타이틀의 녹색슈트의 그것이나 사탕반지, 흑역사 버전의 데드풀 피규어나 웨폰X 실험 중 "입을 꿰매면 후회할 걸"이라고 말하는 등의 셀프디스 개그와 헬리캐리어와 비슷한 함선이 등장하는 등의 패러디, 그리고 위트가 느껴지는 이스터 에그를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길거리 간판에 쓰인 문구들은 데드풀의 작가인 롭 라이펠트를 비롯한 마블 만화들의 작가 이름이고 웨이드는 <로보캅>, <127시간>, <에일리언3>, <대부>, <테이큰3> 등의 작품 드립을 친다. 

제4의 벽(The Fourth Wall)을 넘나들며 쉴새없이 뿜어내는 드립력은 영화 속의 잔인성마저 희석시키며 성인 관객의 취향을 저격한다. 그동안 어둡고 진지한 히어로에게 다소 지친 감이 있었는데(그래서 토니 스타크를 좋아한다.) 이젠 똘끼에 19금을 더한 이런 친구가 나올 때도 됐고, 그 타이밍이 너무나도 적절했던 것 같다. 그리고 굳이 개그 코드와 이스터 에그를 이해하지 않아도 아무 생각없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부분도 매력 포인트. 욕설과 섹드립에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데드풀 팬들에게는 최고의 선물이 되었을 것이다.

그 놈의 제작비
삽입곡도 기가 막힌다. 오프닝에 흐른 Juice Newton의 <Angel Of The Mornig>이나 Salt-N-Pepa의 <Shoop>, Neil Sedaka의 <Calender Girl>, The Chordettes의 <Mr Sandman>, Chicago의 <You're My Inspiration>, 그리고 엔딩에서 흐른 Wham!의 <Careless Whisper>까지…… 팝 매니아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곡들로 관객들의 귀까지도 사로 잡는다. 돈만 많이 받아처먹는 초짜감독인 팀 밀러는 <데드풀>이 감독 데뷔작인데 주연 배우가 제작비의 일부를 부담하고, 영화 속에서 제작비 드립이 여러 번 등장할 정도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그야 말로 거하게 약빤 영화를 깔끔하게 만들어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된다. 리부트한 2015년판 <판타스틱 포>의 제작비가 이쪽으로 조금만 갔다면 어땠으려나. 하지만 제작비가 오를 경우 PG-13 등급으로 갈수도 있었다고 하니 도리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P.S
I din't ask to be super, and I'm no hero. But when you find out your worst enemy is after your best girl, the time has come to be a fucking superhe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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