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man v Superman:Dawn of Justice (2016) MOVIE

[스포일러 있음.]



2016년 3월 31일 관람.
이걸 이제 쓰다니!!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은 <맨 오브 스틸>에 이은 DCEU(DC Extended Universe)의 두번째 영화로 전작에 이어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았다. 결론적으로 기존에 나온 이 영화의 평가에 대부분 동의하는 바이며 웅장한 영화를 만들겠다는 과욕은 무절제로 이어져 캐릭터, 특히 슈퍼맨의 과잉소비와 함께 작품이 늘어져 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개인적으론 그럭저럭 즐겁게 봤지만 어디가서 이렇게 말하고 다닐 수는 없다는게 솔직한 감상. 그래도 원더우먼의 등장만큼은 좋았다.

스토리가 왜 이래?
일단 제목처럼 배트맨(=벤 애플렉)과 슈퍼맨(=헨리 카빌)이 어떠한 이유로 대립하게 되고, 이들이 공통의 적을 협력하여 상대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vs가 아닌 법정대결에서 주로 쓰이는 v에 주목하라는 감독의 인터뷰와는 달리, 어떤 고차원적인 갈등이 있기는 커녕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라는 제3자에 의해 힘싸움을 벌이는 단순한 구조였다. 게다가 배트맨과 슈퍼맨이 왜 싸우게 되느냐라는 당위성과 이들이 협력하게 되는 이유가 작품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을 영 살려내지 못했다.

물론 메트로폴리스의 민간인 피해 및 청문회 자폭 테러 사건으로 분노를 품고 신과 같은 힘을 가진 슈퍼맨을 경계하는 것, 슈퍼맨이 아닌 기자 클라크 켄트에게 배달된 사진 등의 이유로 배트맨에 대한 악의를 가진다는 것은 뭐 그렇다 치더라도 그게 서로가 대결할 이유로 연결되진 않는다.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렉스 루터가 꾸민 음모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특히 슈퍼맨이 렉스 루터에게 놀아나는 것은 그의 지구인 어머니, 마사 켄트(=다이안 레인)가 인질로 잡혔기 때문인데 초반부 나이로미(아프리카로 추정되는 가상국가)에서 있었던 로이스 레인(=에이미 아담스)의 위기는 잘도 포착하면서 미국에 사는 어머니의 위기를 몰랐다는게 납득이 안간다.생각하면 지는 겁니다. 배트맨과의 대립에서도 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을 보이긴 하나 포기가 너무 빠르고, 액션은 크립토나이트 만세!

갈등해소도 마찬가지로 결국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를 사용한 배트맨에게 제압 당해 죽기 직전에 외친 마사를 구해달라는 말로 해결되니 이게 뭐야…… 브루스 웨인이 마사라는 이름에 트라우마가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너무 하다. 어쨌든 이 둘의 대립이 제3자의 이간질로 시작해 어머니의 이름이 똑같아서 화해하게 되니 차라리 둘을 의붓형제로 설정하지 그랬소.

개연성이 왜 이래?
배트맨 입장에서의 대립은 '전능한 존재를 통제'한다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이는 슈퍼맨과 조드(=마이클 섀넌)의 메트로폴리스 깽판 때문인데 슈퍼맨이 피해를 최소화시켰음에도 그에게만 화살이 돌아가는게 합당한건지도 의문이다. 조드가 칼-엘만 넘기면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목적은 인류멸망 및 테라포밍이었기에 결과적으로 깽판이 없었다면 인류가 절멸될 수도 있는 상황이고 이를 인지하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는 슈퍼맨에게 가혹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물론 렉스 루터가 여론 조작을 했다지만 납득할 만한 구체적인 묘사가 부족해 아쉽다.

문제는 일반 시민의 피해로 슈퍼맨을 비판하면서 국회의사당을 폭파시킨다거나, 무인도에 있던 둠스데이를 고담시로 끌어들이는 배트맨의 모습은 어떻게 이해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뭐긴 뭐야 내로남불이지. 배트맨은 총기 혐오와 불살을 주요 아이덴티티로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 아무리 버려진 항구라 해도 둠스데이를 유인하는건 아니다 싶었다. 또한 크립토나이트 탈취를 위한 자동차 추격신이나 마사 켄트를 구하는 과정에서 렉스 루터의 수하를 죽이는 배트맨을 보고 있자니 감독이 캐릭터를 제대로 한 것인지 의문. 

렉스 루터가 슈퍼맨을 비롯한 메타휴먼들의 정체를 상세히 알고 있다는 점과 그들의 심볼까지 만들어서 깔끔하게 분류해 저장하고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 조드의 시신을 획득한 것은 그렇다쳐도 지문과 혈액만으로 오버 테크놀러지의 결정체인 크립톤 우주선의 보안을 뚫고 통제권까지 장악한 것도 마음에 걸리고. 그가 슈퍼맨을 제거하고 싶은 근본적인 이유도 결국 자신이 어린시절 학대 당할 때 아무에게도 도움받지 못한 경험으로 정의로운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니, 다크사이드의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그의 행동에 개연성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제모 같은 옆동네 빌런이 납득가는 이유로 설득력을 얻은데 비해 렉스 루터는 순수악이나 미치광이도 아닌 그저 조커의 다운 그레이드 버전일 수 밖에 없다.

캐릭터가 왜 이래?
아이덴티티를 부정당할지 언정 그래도 배트맨에 대한 캐릭터 묘사는 있었는데 슈퍼맨은 영 취급이 좋지 않다. <맨 오브 스틸>에서 이미 다뤘다지만, 본작에서 슈퍼맨은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보다는 이벤트에 휩쓸리는 경향이 많은 일종의 장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막판엔 그를 사망시켜버리면서 플롯을 위한 도구로 밖에 쓰지 않았다. 

로이스 레인은 업그레이드 된 민폐력을 과시하며 슈퍼맨의 발목을 잡는다. 인질은 기본이요, 둠스데이의 정체를 잘 모르면서 어째서인지 자신이 버린 크립토나이트 창을 주으러 간다. 창을 찾다가 무너져내린 천장 때문에 물 속에 갇혀 전투 중인 슈퍼맨에게 민폐를 끼치는 등 이해가지 않는 행동들만 해서 답답했다. 그나마 원더우먼(=갤 가돗)은 좋았는데 등장장면 자체가 적으니……

정리하면 <맨 오브 스틸> 이후 단독영화 없이 바로 저스티스 리그로 넘어가는 무리수와 작품이 혹평받는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제작진의 인식, 거기에 결코 짧지 않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애매한 역량과 원작에 대한 몰이해를 가진 감독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굳이 의의를 찾는다면 파괴적인 액션을 선보인 배트맨과 임팩트 있는 등장을 알린 원더우먼 정도랄까. 그래도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기대 중인데 이 작품의 흥행에 따라 DCEU의 향방이 갈릴 것 같다.

P.S
It's okay, I'm a friend of your son's. (lol)

덧글

  • 2016/05/26 01:2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5/27 00:3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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