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ptain America:Civil War (2016) MOVIE

[스포일러 있음.]



2016년 4월 28일 관람.
이걸 이제 쓰다니?!
캡틴 아메리카 실사영화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인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는 자유와 통제에 대한 갈등, 그리고 국가의 부패와 위험성을 은유한 전작 <캡틴 아메리카:윈터솔져>에 이어 앤서니 루소, 조 루소 형제가 그대로 감독을 맡았다. 재미있는 점은 <존 윅>의 공동감독이었던 데이빗 레이치와 채드 스타헬스키가 조감독으로 참여한 것으로 특유의 깔끔하면서도 절제된 액션을 기대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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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이라는 소제목처럼 히어로들의 내적 분열을 다룬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 또한 자유와 통제로 갈등한다. UN의 정치가들은 <어벤져스: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 발생한 소코비아 사건을 예시해 어벤져스를 UN 관리 기구 아래에 두고 제도화하자는 이른바 소코비아 협정을 제시한다. 물론 소코비아 협정이 갈등의 본질은 아닌 것임은 분명하지만, 히어로들이 두 파로 나뉘어 행동하게 하는 등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버키를 추격하는 캡틴은 독단적으로 행동하게 되고, 히어로들의 공항 전투 역시 협정에 기인한 시간과 행동의 제약 때문이었다. 애초에 소코비아 협정이 맺어진 것은 전투에 휘말린 민간인들의 피해 때문으로 헬무트 제모(=다니엘 브륄)의 행동에 대한 동기를 전달하고,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희생자들의 고통을 표현함에 꽤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공교롭게도 피해자에서 복수자로 바뀐 빌런인 제모처럼 상실감과 복수심을 동시에 느낀 이들이 있는데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트찰라/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이 그러하다. 토니 스타크는 부모가 테러에 휘말려 사망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데, 제모의 책략으로 스타크 부부가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모습을 보고 버키 반즈/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에게 복수심을 불태운다. 트찰라 역시 와칸다의 국왕이자 아버지인 트차카 사망의 용의자가 버키로 지명되자 그를 죽이려 든다. 이후, 버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제모가 이 모든 것을 꾸민 이유가 복수였다는 사실을 깨닫자 자신의 복수를 그만둔다. 제모와 (잠시나마)트찰라, 그리고 토니에 이르기까지 관객들로 하여금 가해자가 된 피해자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만드는데 그런 의미에서 제모는 현실적이고 새로운 빌런상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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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성에 대한 논란은 기본적으로는 납득이 가는 입장이지만 군데군데 애매한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소코비아 협정에 대해서는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를 지지하지만, 아이언맨과의 마지막 전투에서 보인 그의 모습은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토니가 복수귀가 되어 살인을 하지 않도록 말려 아이언맨의 영웅성을 지켜냈고, 스타크 부부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고도 토니를 막은 것은 그것이 순수한 정의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He's my friend/So was I 로 이어지는 대사처럼 결국 마지막 전투는 캡틴 아메리카로서의 싸움이 아니라 스티브 로저스로서의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이유로 싸웠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캡틴에게 남은 단 하나의 삶의 조각이 버키라는 것은 이해하나 반대로 아버지의 오랜 친구와 부모님을 암살한 자에게 아버지가 만든 방패로 두들겨 맞는너희 아버지가 만든 방패 맛 좀 봐라! 아이언맨의 입장을 생각하니 이 부분에서 만큼은 토니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캡틴을 향해 푸른 눈동자에 녹색이 약간 섞여 있다는 제모의 대사나, 방패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아이언맨의 말에 자신의 상징인 방패를 버리고 가는 부분은 꽤나 의미심장했다.

사실 의아했던 부분은 수중 감옥에 온 토니 스타크를 보고 격렬한 모습을 보인 클린트 바튼/호크 아이(=제레미 레너)였다. 그의 입장에선 자신들을 믿어주지 않고 감옥에 쳐넣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끼리의 대립보다는 서로의 입장 차이에 의해 발생한 결과였고 무엇보다 그렇게 감정적인 분노를 토해내는 모습은 호크 아이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완다 막시모프/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를 구금한 토니를 비난하며 완다를 데려간 것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부분. 초반부 크로스본즈의 자폭을 염력으로 완전히 억제하지 못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데, 사실상 이 때문에 소코비아 협정 발의가 가속화되고 다른 사람에게 공포의 대상이 된다. 막말로 비자도 없는 불법 체류자인 그녀를 데려가서 험한 꼴로 수중감옥에 갇히게 한 셈이라 (완다 본인의 의지도 있었지만)비판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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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심리 스릴러적인 형식으로 진행되며 히어로들의 감정적인 모습을 통해 승자없는 싸움을 벌인다는 점과 이를 통해 등장인물 대부분이 비판의 대상이 되는 씁쓸함을 자아낸 것은 좋았다. 옳고 그름에 의미가 없고 심지어 빌런인 제모조차도 나름대로 타당한 당위성을 가지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제모는 트차카 국왕이 자신이 벌인 테러로 사망한 것을 사과하고 자살로 마무리하려는 등의 모습을 보이며 기존의 빌런과는 다른 매력을 주었다. 특히 평범한 인간의 능력으로 어벤져스를 와해시켰고 마지막까지 이성을 유지하며 차분하고 현실적인 복수를 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MCU의 가장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하는 히어로들의 분량 배분도 적절했다. 각 진영당 6명씩 등장 히어로들만 12명인 규모에도 불구하고 각자 존재감을 발휘하며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호크 아이와 비전은 제외하고 싶지만.워 머신 추가요.) 신규 캐릭터인 블랙 팬서의 등장은 매우 매끄러웠고, 스파이더맨 역시 쉴새없는 수다와 아크로바틱 액션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소화해냈다. 새로운 히어로의 등장으로 세계관이 확장되는 시점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3의 첫 작품에 블랙 팬서와 스파이더맨을 등장시켜 단독 영화로 자연스레 관심을 끌게 만들었다. 또한 캡틴 아메리카의 세번째 작품으로써도 과거부터 유일하게 이어진 끈인 버키와의 스토리를 일단락 짓고 자신의 아이덴티티인 방패까지 포기하는 결단으로 또 다른 캡틴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후의 캡틴이 어떻게 행동할지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파트 1>이 더욱 기대되는 바이다.

P.S
I could do this all day.

덧글

  • rumic71 2016/06/11 17:33 # 답글

    다른 멤버들과 달리 호크아이는 가족이 있으니 수감된 것에 더 열받았던 것일지도 모르지요. 애초에 '협정을 맺느니 이 일 때려치운다'고 할 정도였고... 뭐 가족이 있는 만큼 반대로 토니 심정을 더 잘 이해할 수도 있을 법 하긴 합니다만...
  • NIZU 2016/06/11 18:19 #

    안녕하세요 rumic71 님, 먼저 방문 감사드립니다.
    말씀처럼 가족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속마음은 다르겠지만 <어벤져스>에서 로키에게 조종당한 이후에도 저 정도의 감정을 드러내진 않아서 의아했던 것 같습니다.
  • RNarsis 2016/06/11 23:13 # 답글

    호크아이는 퀵실버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죄책감이 남아있기에, 완다에게 관대해진게 아닐까요.
    게다가 애당초 두 남매를 어벤저스로 끌어들인게 자신인만큼, 완다가 실패한 어벤저스의 상징이 되는 것도 자기 부정으로 인식할테고.
  • NIZU 2016/06/11 23:45 #

    안녕하세요, RNarsis 님. 방문 감사드립니다.
    제가 호크아이였다면 완다를 안전한 곳에 두었겠지만 말씀대로 그 이상을 바라본 것 같네요. '우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구해야 하지만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라는 초반부 캡틴의 말처럼 호크아이도 비슷한 생각을 가진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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