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BOOK

[스포일러 있음.]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은 저자가 "세상에서 가장 사려 깊은 괴물"이라 칭하는 김갑수씨의 망한 연애담을 이야기하는 에세이 형식의 소설이다. 지나간 옛사랑을 잊지 못해 촛불처럼 떨어대며 주접을 부리는 사내, 김갑수씨를 통해 그저 지독하고 살 떨리는 연애와 클라이맥스의 순간에 늘 어딘가 삐걱거리는 초라한 섹스와 혹독한 이별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은 결코 드라마처럼, 멜로영화처럼 마냥 화려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연애를 통해 저열하고 모순되고 찌질한 인물구상을 묘사한다. 그리고 그 저열함에 고개를 흔들다가도 어느 날 삶이 바닥을 쳤을 때, 문득 그가 자신보다 나은 인간이었음을,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인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이 우습고도 애잔하게 녹아있었다.
잔인한 진실이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던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 사랑을 청산하게 된다. 그러게 마련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잔인하고 비겁한 일이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살다보면 그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야 만다.
소설에는 저자의 평론이나 입담처럼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솔직함이 담겨있다. 그런 면들이 이 작품에서만큼은 장점으로 다가왔고, 그를 향한 호불호와 관계 없이 즐겁게 읽었다. 사실 그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올리는 글이 해독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어 우려스러운 면도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문법이나 어휘, 가독성으로 불편함을 느낀 적은 없었고 아무 곳이나 적당히 펼쳐 읽어도 어색함 없이 술술 읽혔다. 물론 개인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지만 결국 연애에 못난 것이 어디 있고, 그런 찌질함이야 말로 원초적이고 순수한 감정임을 피력하는 게 아닐까 싶다.

밑도 끝도 없는 내용이지만 그에 대한 편견이나 논란을 내려놓으면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나의 삶에 얼마나 솔직했는지 자문하는 시간도 잠시,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의 사정은 사정(事情)인지, 사정(射精)인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친구 이야기는 뭐다?

P.S
혹시 그날 밤의 일은 모두 꿈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니까 제 말은 물리적인 의미 그대로라기보다 뭐랄까 일단 우주를 떠올려보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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